미국의 역사적인 오션 라이너인 SS 유나이티드 스테이츠호가 19일 수개월 간의 지연 끝에 필라델피아를 떠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이 배는 이제 앨라배마주 모빌로 향하며, 플로리다 팬핸들 해안에서 세계 최대의 인공 암초로 조성될 예정이다.
역사적인 배의 마지막 여정
SS 유나이티드 스테이츠호는 1951년에 건조되어 1952년 대서양 횡단 속도 기록을 세운 미국 해양 역사의 상징이다. 이 배는 크라이슬러 빌딩과 맞먹는 크기로, 필라델피아의 피어 82에 30년 가까이 정박해 있었다. 19일 오후 1시 직전, 이 배는 드디어 델라웨어 강을 따라 모빌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SS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보존 협회의 회장이자 이 배의 설계자 윌리엄 프랜시스 깁스의 손녀인 수전 깁스는 성명에서 “오늘, 미국 유일의 생존 오션 라이너가 델라웨어 강을 따라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이 배는 1951년에 출항한 이후 처음으로 필라델피아를 떠나며, 전후 미국의 번영과 혁신을 상징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배의 이동은 여러 차례 지연을 겪었다. 지난 가을, 미국 해안경비대는 플로리다 오칼루사 카운티가 배의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해야 출항이 허용된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후 2월 6일 출항이 예정되었으나, 해안경비대의 추가 요구 사항으로 인해 다시 연기되었다.
새로운 목적지: 인공 암초
2024년 10월, 플로리다 오칼루사 카운티는 이 배를 1,000만 달러에 구매하여 데스틴-포트 월튼 비치 해안에서 인공 암초로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관광 산업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깁스 회장은 “이 배의 새로운 장은 전 세계 수만 명의 사람들을 매년 이곳으로 불러올 것”이라며, “현대 기술과 원본 유물을 결합한 최첨단 박물관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필라델피아 시민들의 아쉬운 작별
이 배가 필라델피아를 떠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수십 명의 시민들이 추운 날씨에도 델라웨어 강변에 모였다. 멜리사 에스피날(남필라델피아 거주)은 “이 배를 볼 때마다 딸들에게 이야기해주곤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어 슬프다”고 말했다.
워렌 존스(50년대 승객)는 “이 배의 미래가 확실해져서 다행이지만, 필라델피아에서의 30년을 떠나보내는 것은 여전히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 배는 플로리다 해안에서 약 180피트(약 55미터) 아래에 위치하게 되며, 상부 데크는 약 50~55피트(약 15~17미터) 깊이에 놓일 예정이다. 크리스토퍼 데번(북동부 필라델피아 거주)은 “이 배가 물고기 개체수를 늘리고 서식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존 라이스(애스턴 거주)는 “이 배가 스크랩으로 처리되지 않고 새로운 목적을 찾은 것이 다행”이라며, “다이빙을 배워 이 배를 직접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SS 유나이티드 스테이츠호는 17년간의 항해 동안 해리 트루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등 4명의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주디 갈랜드, 코코 샤넬, 숀 코너리, 마릴린 먼로, 월트 디즈니 등 유명 인사들을 태우고 대서양을 누볐다.
이 배의 마지막 여정은 필라델피아 시민들에게는 아쉬움을, 플로리다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기대를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