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방문, ‘MASGA’로 미국 조선 부흥 약속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8월 2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국가안보 다목적선(NSMV)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화 필리조선소
Philly Talks

방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후(현지시간) 귀국에 앞서 마지막으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델라웨어강변에 자리한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미국 해양청(MARAD)이 발주한 국가안보 다목적선(NSMV)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의 명명식에 참석했다.

서울의 한강을 닮은 델라웨어강은 8월 말의 화창한 날씨 속에서 강렬한 햇살을 받아 푸른 물결이 반짝였고, 시원한 강바람이 조선소 노동자들의 땀을 식혀주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행사는 한미 간 조선 산업 협력과 경제·안보 동맹 강화를 상징하는 자리로, 한국과 미국의 정부 및 산업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가운데),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조시 샤피로,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한화 필리조선소 데이비드 킴 CEO가 2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국가안보 다목적선(NSMV)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 필리조선소는 한화그룹이 지난해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인수한 조선소다. 규모나 시설 면에서는 세계적인 한국의 조선소들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이곳은 본래 미국 해군의 최초 조선소인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Philadelphia Naval Shipyard)의 일부로, 1801년부터 운영되며 약 200년 동안 미 해군의 핵심 기지로서 역사적 중요성을 지녀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약 4만 명의 노동자가 교대 근무를 하며 군함 건조와 수리에 매달릴 정도로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1990년대 미 해군의 기지 폐쇄 정책에 따라 주요 활동이 중단되었고, 1997년 민영화된 뒤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한화그룹이 인수하면서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진출사에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장소가 되었다.

선박 후원자이자 전 미국 교통부 장관 일레인 차오, 미국 해양청(MARAD) 이상현 청장 대리, 한화 필리조선소 데이비드 킴 CEO가 2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국가안보 다목적선(NSMV)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 참석했다. 이날 일레인 차오는 메인 해양사관학교 생도들의 호위를 받아 선수로 이동해 전통적인 샴페인 병 깨기 의식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한화 필리조선소

행사장에는 한국 측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강유정 대변인, 강경화 주미대사 지명자, 이상호 주뉴욕총영사대리, 이재용 주필라델피아출장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데이비드 킴 한화 필리조선소 대표, 박일동 융진 회장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메리 게이 스캔런 민주당 하원의원, 이상현 해양청장 대리, 일레인 차오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제프 딕슨 TOTE서비스 CEO, 크레이그 존슨 메인해양사관학교 총장 등이 자리해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공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만족한듯 함께 엄지척을 해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만족한듯 함께 엄지척을 해보이고 있다. ⓒ 백악관공식사진 by Daniel Torok

이날 참석자들은 이 대통령의 연설과 한화그룹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를 주의 깊게 경청하며, 한미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미국 조선 산업 부흥’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델라웨어강의 잔잔한 물결과 함께 펼쳐진 명명식은 한미 동맹의 새로운 도약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동료 생도들과 함께이 행사에 참석하기위해 온 미국 해군사관학교 마가렛 아치발드(Margaret Archibald) 여생도는 “한국 대통령이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주셔서 무척 고맙다”며 “미국이 사용하는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대통령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메인 해군사관생도들이 2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국가안보 다목적선(NSMV)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화 필리조선소

한미 동맹의 새 장과 ‘MASGA’ 비전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한미 무역·안보 협정의 구체적 실행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은 미국 프로젝트에 총 3,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의 일환으로, 조선 산업에 1,500억 달러를 투입하며 미국 조선소 현대화와 해양 안보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를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MASGA)’ 프로젝트로 명명하며,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신조선 발주의 약 71%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조선 시장 지배에 맞서 한미가 협력해 미국 조선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미국 해양청(US Maritime Administration)이 발주한 국가안보다목적선(NSMV) 명명식에 참석했다. 이날 동료생도들과 함께이 행사에 참석하기위해 온 미국 해군사관학교 마가렛 아치발드(Margaret Archibald) 여생도는 “한국 대통령이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주셔서 무척 고맙다”며 “미국이 사용하는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대통령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미국 해양청(US Maritime Administration)이 발주한 국가안보다목적선(NSMV) 명명식에 참석했다. 이날 동료생도들과 함께이 행사에 참석하기위해 온 미국 해군사관학교 마가렛 아치발드(Margaret Archibald) 여생도는 “한국 대통령이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주셔서 무척 고맙다”며 “미국이 사용하는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대통령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변재성

이 대통령은 명명식 연설에서 “이곳 필리조선소를 통해 72년 역사의 한미 동맹은 안보 동맹, 경제 동맹, 기술 동맹이 합쳐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의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MASGA는 단순히 거대한 군함과 최첨단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꿈을 회복하는 거대한 비전”이라며, “50년 전 대한민국의 기업인과 근로자들이 허허벌판에서 ‘K-조선’의 기적을 일궈냈듯, 한미가 힘을 모아 MASGA의 기적을 현실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이어서 한국전쟁 당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된 함정들이 한국을 구원한 역사를 언급하며, “그 함정들이 구해낸 대한민국 국민들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뜨거운 용광로와 땀방울 속에서 나라의 미래를 설계했다. 이제 한국의 조선업이 미국의 해양 안보를 강화하고 미국 조선업 부활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 4일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420톤 엔진룸 섹션을 도크에 하역하며 새 알로하 클래스 선박 건조를 시작하는 장면. Photo courtesy of Hanwha Philly Shipyard

한화 50억 달러 투자와 생산 능력 확대
한화 필리조선소는 미국 내 최대 규모 조선소 중 하나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최고의 생산 능력을 자랑했으나 2024년 기준 시장 점유율이 0.04%로 추락한 미국 조선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억 달러를 투자해 이 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5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도크 2개와 부두 3개를 추가 설치하고, 새로운 블록 조립 시설 건설을 검토해 연간 생산량을 현재 1.5척에서 최대 20척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한화는 LNG 운반선, 해군 모듈 및 블록,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해군 함정 건조까지 미국 조선소에서 수행할 계획이다.

이날 명명된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는 한화 인수 후 필리조선소에서 완성된 첫 선박으로, 미국 해양청이 발주한 5척의 NSMV 중 세 번째다. 이 선박은 평시 해양대학 사관생도 훈련선으로 사용되며, 비상시에는 재난 대응 및 구조 임무를 수행한다. 설계와 기자재 조달에는 한국의 조선 전문 기업 DSEC가 참여해 한미 협력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에 정박한 퇴역 전투함 퇴역한 전투함들이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 부지에 정박해 있다. 이곳은 한때 미국 해군의 최초이자 최대 규모 조선소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만 명의 노동자가 전함과 항공모함을 건조·수리하며 활기를 띠던 곳이다. 현재는 퇴역 함정들이 보관되는 ‘함정 비활성화 관리시설(Naval Inactive Ship Maintenance Facility)’로 활용되고 있다.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에 정박한 퇴역 전투함퇴역한 전투함들이 필라델피아 해군조선소 부지에 정박해 있다. 이곳은 한때 미국 해군의 최초이자 최대 규모 조선소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만 명의 노동자가 전함과 항공모함을 건조·수리하며 활기를 띠던 곳이다. 현재는 퇴역 함정들이 보관되는 ‘함정 비활성화 관리시설(Naval Inactive Ship Maintenance Facility)’로 활용되고 있다. ⓒ 변재성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관은 환영사에서 “오늘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은 한미 양국이 조선 산업을 재건하고, 선박 건조 역량을 확장하며, 미래 산업을 이끌 숙련된 인재를 양성하는 투자의 구체적 성과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한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조선 산업 부흥 비전에 따라 미국 내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투자와 기회를 창출하며,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종무 필리조선소장은 “한화오션의 스마트 야드 기술을 포함한 조선 특화 기술을 이곳에 모두 적용할 계획”이라며, “실시간 안전관리시스템, 자동화 설비, 로봇, 디지털 트윈 등 한국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이 조선소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조선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미 해군 함정 건조 분야에서 공동 건조·설계 협력이 가능해진다면, 한미 안보동맹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 쉬핑 추가 선박 발주
한화의 해운 자회사인 한화 쉬핑(Hanwha Shipping)은 이날 필리조선소에 중형(MR) 유·화학물 운반선 10척을 발주했으며, 첫 선박은 2029년 초 인도될 예정이다. 이 선박들은 미국 존스법(Jones Act) 함대 갱신 및 기타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한화 쉬핑은 지난달 미국에서 거의 50년 만에 수출 시장에 적합한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한 데 이어, 두 번째 LNG 운반선 발주 옵션을 행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화가 미국 조선 산업의 다변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미 협력의 상징과 과제
이 대통령은 행사에서 미국 정부 인사들에게 한국 기업의 투자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제도적 지원을 요청하며, “필리조선소는 최첨단 선박 기술을 보여주는 미국 최고의 조선소로 거듭날 것이며, 미국 해안벨트 곳곳에서 조선업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조선 산업의 낡은 시설과 기술자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현지 근로자 교육에 4~5년이 소요될 수 있고, 힘든 조선소 일을 기꺼이 할 인력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과제로 꼽았다. 이에 한화는 시설 현대화, 근로자 교육, 첨단 제조 공정 이식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이번 방문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조선, 원자력, 항공우주 등 11개 비구속적 협약과 연계되며, 한국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투자 확대를 통해 동맹을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화 필리조선소의 50억 달러 투자와 생산 능력 확대는 미국 조선 산업의 부흥을 현실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며, 한미 간 ‘마스가'(MASGA) 비전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26일 이재명 대통령의 한화 필리조선소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참석한 한인 동포 청소년들이 태극기를 들고 조선소 정문에서 이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 변재성

한편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기위해 필라델피아지역 동포들이 한화 팔리조선소 정문앞에 모여 이대통령을 맞았다. ‘이재명을 사랑하는 필라델피아 동포모임‘을 이끌고 있는 송중근 전 필라델피아한인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미국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 좋았다”고 말하고 “앞으로도 한미 양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애써주시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필라델피아 한인동포, 한화 필리조선소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 환영 26일 필라델피아지역 한인동포들이 한화 필리조선소 정문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환영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필라델피아 한인동포, 한화 필리조선소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 환영26일 필라델피아지역 한인동포들이 한화 필리조선소 정문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환영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변재성

한화 필리조선소는 필라지역경제는 물론이고 한안동포사회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필리조선소와 델레웨어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남부뉴저지는 필라델피아지역 경제권에 편입되어 비지니스를 하는 한인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지역에서 동포사회의 구심점 역할을하며 동포사회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봉행 대남부뉴저지한인회장의 기대는 남다르다.“필라델피아와 남부 뉴저지 지역은 한인 인구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한화 필리조선소 진출로 지역 활성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이미 이 회사 한국인 직원들이 교통이 편리하고 학군이 좋은 체리힐 타운쉽(Cherry Hill Township) 등 인근에 거주하면서 한인 상권이 혜택을 보고 있고, 앞으로는 1세대뿐 아니라 1.5세, 2세에게도 취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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