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은 11일(현지시간) 연방 선거에서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증명을 의무화하는 미국 유권자 자격 보호법(Safeguard American Voter Eligibility America Act, 이하 SAVE Act)를 218 대 213의 표결로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에는 민주당 의원 1명이 찬성표를 던져 당론과 엇갈린 가운데 이번 법안은 상원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번 표결에서 공화당 전원은 찬성했으며 민주당 의원 중에서는 텍사스주 출신 헨리 쿠엘라(Henry Cuellar) 의원이 유일하게 찬성에 참여했다. 다른 모든 민주당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쿠엘라 의원은 성명에서 “미국 시민이 미국 선거를 결정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믿는다”며 “텍사스에서 이미 강력한 선거 보안 기준이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권 증명 서류를 제공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진술서를 통한 대체 방법 등을 제공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SAVE Act가 유권자 등록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다.
법안 주요 내용과 논란
SAVE Act는 연방 선거 유권자 등록 시 출생증명서, 미국 여권 등 시민권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공화당은 이 조치가 비시민권자의 등록과 투표를 방지해 선거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과 시민단체, 여러 선거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유권자 등록 자체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연방 선거법과 주별 선거법은 이미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의 투표를 금지하고 있어, 추가적인 문서 요구는 불필요한 장벽만 높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의 대표적 비영리 연구기관인 브레넌 센터 포 저스티스(Brennan Center for Justice)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성인 시민권자 중 약 2천100만 명 이상이 출생증명서나 여권과 같은 문서를 쉽게 제공할 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연구는 SAVE Act가 도입되면 온라인·우편 등 인기 있는 등록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다수의 유권자가 등록 과정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또한 “현행 법도 시민권자만 투표하도록 하고 있으며, 문제 있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법안이 광범위한 유권자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원 처리 전망은 불투명
SAVE Act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아직 표결되지 않았다. 상원에서는 필리버스터(합법적 토론 지연) 등을 막기 위해 통상 60표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긴 하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실제 통과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안 지지자들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제도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반면, 반대자들은 유권자의 투표권 접근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맞서고 있어 향후 상원 절차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미국 정치권에서 SAVE Act는 선거 제도의 신뢰성과 투표권 보호 사이의 갈등을 상징하는 이슈로 떠올랐다. 하원 통과라는 한 고비를 넘겼지만 상원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향후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법안 논쟁은 미국 전역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