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필리 조선소, 한미 산업협력의 조용한 성공 모델로 부상한 이유

한화필리조선소 데비빗 김(David Kim) 최고경영자가 지난 3일 대필라델피아 아시아·아메리카 상공인연합(AABAGP) 주최로 사우스필라델피아 라이브 카지노 &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제1회 골든 이글 어워드 디너에서 400여 명의 지역 정치인, 기업인,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화필리조선소의 투자 계획과 필라델피아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역설하고 있다. Photo by Jay Byun/PhillyTalks.com
Philly Talks

필라델피아 조선산업 부활 신호탄 쏘아 올리며 지역사회 전방위 협력이끌어 현지화전략 성공

한화그룹이 인수한 한화 필리 조선소가 대규모 투자와 지역사회와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통해 미국 조선업 재건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 조선소는 최근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 기업 관련 인력 단속 사태와는 대조적으로, 지역 정부 및 민간 부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현지화 전략의 ‘조용한 성공’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필라델피아 아시아·아메리카 상공인연합(AABAGP) 골든 이글 어워드 디너에는 400여 명의 지역 정치인, 기업인,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참석해 한화 필리조선소의 데이비드 김(David Kim) 최고경영자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이 행사는 필라델피아지역 상공인들과 주민들에게 한화필리조선소의 50억 달러 투자 계획과 필라델피아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설명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한화필리조선소 데비빗 김(David Kim) 최고경영자가 지난 3일 조선소 부근 사우스필라델피아 라이브 카지노 & 호텔 연회장에서 대필라델피아 아시아·아메리카 상공인연합(AABAGP) 주최로 열린 제1회 ‘골든이글어워드’ 시상식에서 데이빗 오(David Oh) 회장으로부터 지역사회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트로피를 받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Photo by Jay Byun/PhillyTalks.com

사라진 꿈의 회복, 50억 달러 투자의 청사진
텍사스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자 이지역 명문 펜실베니아대학 와튼 스쿨 MBA 출신이기도 한 김 CEO는 한화의 50억 달러(약 7조 원) 인프라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한화 필리조선소의 비전과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큰 꿈을 역설했다.

김 CEO는 “한화는 2024년 12월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고,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지금, 정말 바쁘지만 보람찬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직원이 100명 이하로 감소하며 폐쇄 위기까지 갔었던 조선소의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 1,700명 이상의 인력이 근무 중임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단순히 기업의 성장을 넘어서, 필라델피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미국 조선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는 일에 헌신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화의 50억달러 투자는 도크 2개와 안벽 3개 추가 설치, 블록 조립 시설 확장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리노베이션에 사용될 예정이다. 조선소는 이미 계열사인 한화해운으로부터 중형 유조선 10척과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하여 초기 물량을 확보했으며, 장기적으로는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및 군함 수주를 위한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할 계획이다.

필라델피아 델라웨어강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 오렌지색이 선명한 한화의 골리앗크레인이 한미조선협력의 상징처럼 우뚝 서있다. Photo by Jay Byun/PhillyTalks.com

김CEO는 현재 “연간 약 1~1.5척을 건조하고 있지만 앞으로 연간 20척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이는 결코 작은 도전이 아니지만 이미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역 제조업계의 전폭적 지지
한화 필리 조선소의 성공은 펜실베이니아 민간 기업 부문에서도 높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펜실베이니아 제조업체 협회(PMA)의 데이비드 N. 테일러(David N. Taylor) 회장은 한화의 투자 효과에 주목했다.

펜실베이니아 제조업체 협회(PMA)의 데이비드 N. 테일러(David N. Taylor) 회장이 3일 대필라델피아 아시아 아메리카 상공인연합(AABAGP)주최로 필라델피아 LIVE 카지노 &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골든이글어워드’ 시상식에서 펜실베니아주 제조업 상황과 제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Photo by Jay Byun/PhillyTalks.com

테일러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제조업은 펜실베이니아 경제를 이끄는 엔진이며, 매년 1,1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창출합니다”라고 제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조선소의 확장이 가져올 파급 효과를 주목하며, “공장 현장의 활동은 공급망과 산업 서비스 업체에서 수백만 개의 추가 일자리를 유지합니다”라고 밝혔다. 한화 필리조선소의 강철, 부품, 서비스 수요 증가는 인접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최대 5,000개의 숙련된 신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태스크포스’를 통한 현지화의 성공 모델
한화의 전략은 인력 및 규제 문제로 불협화음을 겪었던 타 지역 한국 기업 투자 사례와 명확히 구분된다. 지난 2025년 9월, 조지아주의 현대-LG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체포 사태가 외교적 논란을 야기한 것과 달리, 한화는 지역 중심의 투명한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한화 리더십 태스크 포스'(PHL Task Force)는 이러한 협력의 핵심이다. 펜실베이니아 주 정부와 한화가 공동 설립한 이 협의체는 인허가 절차 신속 처리, 숙련 노동력 확보 및 양성을 목표로 한다. 지난 8월 이재명대통령의 한화필리조선소방문때 함께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조시 샤피로(Josh Shapiro) 펜실베니아주지사는 이미 조선소와 네이비 야드 확장을 위해 3,4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현재 의회에 계류중인 미국을 위한 선박법(Ships for America)을 공동발의한 매코믹Dave McCormick) 상원의원(공화당,펜실베니아주)은 지난 4월에 숀 더피(Sean Duffy)  교통부 장관과 함께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하는 등 수차례 오가며 높은 관심과 함께 미 의회에서 활발한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미국의 조선 역량 강화를 통해 국방력을 강화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며 숙련된 미국인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가운데),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조시 샤피로(Josh Sapiro), 한화그룹 김동관(Dong Kwan Kim) 부회장, 한화 필리조선소 데이비드 킴(David Kim) CEO가 지난 8월 26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국가안보 다목적선(NSMV)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 명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화 필리조선소( Photo by Hanwha Philly Shipyard)

김 CEO는 지속가능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필라델피아의 호텔, 식당, 운송업, 그리고 스포츠 산업까지 모두가 이 변화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현지 협력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 효과까지 포괄하는 성장을 약속했다.

김 대표는 특히 “우리 직원 중 약 15%가 아시아계 미국인”이라고 밝히며, 조선소 내 문화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했다. 이는 다문화 인력이 조화롭게 협업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자 하는 최고경영자의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한다.

김대표는 한화가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고 통합 작업을 주도했다. 그는 이전에 한화 디펜스 USA의 부사장, 한화 에너지 USA 홀딩스(Hanwha Energy USA Holdings Corp.)에서 CFO 및 CSO를 역임했다. 이 같은 경력이 말해주듯이 김대표는 방위, 에너지, 글로벌 운영 경험을 겸비해 상업용 조선과 해군 계약 모두에 대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다.

한화가 향후 미국 방위산업 진출을 모색하는 가운데, 김 대표를 중용한 것은 단순한 조선소 운영자 배치가 아니라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순조로운 초기 수주성과 힘입어 성장 잠재력 극대화
한화가 지난해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후, 한화 필리 조선소는 총 12척의 신규 선박을 수주했다. 이 계약들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인 한화해운(Hanwha Shipping)이 발주한 것이다.

신규 수주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수주한 점은 수익성과 향후 미국내 상선수주를 한화그룹차원의 전력으로 보인다. 한화필리조선소의 이 같은 성과는 미국에서 거의 50년 만에 처음으로 수출 가능한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는 의미가 크다. 한화해운은 추가로 LNG 운반선 1척에 대한 옵션 계약도 행사, 향후 미국시장의 상선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선제적 포석을 깔았다.

또 한화필리조선소는 한화해운으로부터 미드레인지( MR)급 유조선 및 화학제품 운반선 10척을 수주했는데 미국 조선소에서 20여 년 만에 체결된 가장 큰 규모의 상업 선박 발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한화에 인수되기 전 필리 조선소는 미국 해사청(MARAD)의 국가 안보 다목적 선박(NSMV) 5척과 매트슨 내비게이션(Matson Navigation)의 LNG 추진 컨테이너선 3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진행 중이었다.

안보 다목적 선박(NSMV) 들은 미국 해사청(MARAD)을 위한 훈련선 및 인도적 지원과 재난 구호용 선박으로 군사용선박 제조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난 9월에 두 번째 선박이 인도되었으며, 나머지 선박들도 다양한 건조 단계에 있다.

상업 선박 건조 계약건인 매트슨 내비게이션(Matson)의 컨테이너선은 LNG 이중연료 추진 방식의 ‘알로하 클래스’ 컨테이너선 3척으로 약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선박들은 2026년과 2027년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전에도 필리 조선소는 2018년과 2019년에 매트슨을 위해 알로하 클래스 컨테이너선 2척을 건조한 바 있다.

또 해저 암반 설치 선박(SRIV) 1척의 건조를 레이트 레이크스 준설회사(Great Lakes Dredge & Dock Co.)로부터 지난 21년 11월 수주했다. 지난 2013년에는 크로울리 해양(Crowley Maritime)과 유조선 8척(추가 4척 옵션)을 건조하는 합작 투자 계약을 맺었다. 엑슨 모빌의 자회사인 씨리버 마리타임(SeaRiver Maritime)을 위해 2014년과 2015년에는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2척을 인도하기도 했다.

사업성공의 관건은 수익성과 정책 일관성
한화 필리 조선소는 50억 달러 투자에 힘입어 연간 매출이 장기적으로 40억 달러까지 확대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의 특성상 긴 건조 주기로 인해 초기 수익성 확보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조선소가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도입 속도에 맞춘 숙련된 현지 인력의 안정적 확보 그리고 강철, 항해 시스템 등 핵심 부품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장기적인 목표인 미 해군 계약 수주를 위한 인증 및 보안 준수가 필수적인 과제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 필리 조선소는 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역 사회와의 긴밀한 연대를 통해, 미국 내 외국인 투자와 한미 산업 협력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