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가 꽃망울 터트리고 필라델피아에 봄을 알렸다. 18일 펜실베니아주 벨리포즈 국립공원은 따사로운 햇살이 눈부시게 대지위에 내려 앉고 있었다.
독수리들도 짙은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차가운 겨울바람에 몸을 맡긴채 날개를 길게 늘어뜨리며 무언가를 노리듯 허공을 선회하고 있다. 아직 매서운 칼바람이 손 등을 얼어붙게 만드는 화씨 40도의 날씨 속에서 봄꽃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강가를 따라서 난 소롯길을 즐겁게 걷다가 길섶에서 눈처럼 하햔 꽃무더기를 발견했다.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주위를 살펴보니 눈풀꽃(Early Snowdrops)들이 겨울 잡목아래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문득 루이스 글럭의 시 ‘눈풀꽃’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눈풀꽃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하리라.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에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다른 꽃들 사이에서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루이스 글럭 Louise Gluck (미국, 1943― ) 2020년 노벨문학상
Snowdrops
Do you know what I was, how I lived? You know
what despair is; then
winter should have meaning for you.
I did not expect to survive,
earth suppressing me. I didn’t expect
to waken again, to feel
in damp earth my body
able to respond again, remembering
after so long how to open again
in the cold light
of earliest spring –
afraid, yes, but among you again
crying yes risk joy
in the raw wind of the new world.
― Louise G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