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가 최근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한 가지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회사의 자산과 부채 대부분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이같은 문제를 자세히 보도했다.
자산과 부채의 급격한 변화
코인베이스는 2024년 9월 30일 기준 2,91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말에는 이 수치가 230억 달러로 급감했다. 총 부채 역시 몇 달 전 2,820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는 경제적 변화 때문이 아니라, 고객을 대신해 보관하는 디지털 토큰에 대한 회계 처리 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자산들은 코인베이스의 대차대조표에서 제외되었다.
고객 자산의 소유권 문제
이번 회계 처리 변경은 고객의 디지털 자산 소유권 문제를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대차대조표에서 제외된 자산은 고객 소유로 간주되지만, 코인베이스는 최근 투자자 공시에서 이 문제가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약 코인베이스가 파산한다면, 고객을 대신해 보관 중인 비트코인과 기타 토큰은 파산 재단의 재산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고객들은 무담보 채권자로 취급될 수 있다.
코인베이스는 연간 보고서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객 계약을 구조화했다고 설명했지만, “암호화폐 자산의 새로운 특성상, 법원이 아직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SEC의 회계 지침 변경
코인베이스의 이전 회계 처리 방식은 2022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발표한 회계 규칙 해석(Staff Accounting Bulletin No. 121, SAB 121)을 따랐다. 이 지침은 암호화폐 자산의 독특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전통적인 금융 자산(주식, 채권 등)과는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2025년 1월, SEC는 SAB 121을 철회했다. 이는 대통령 선거 이후 SEC의 리더십 변화에 따른 결정으로, 코인베이스가 이전 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되게 했다. 이로 인해 코인베이스는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수 있게 되었다.
암호화폐 산업의 반응
SAB 121 철회는 암호화폐 산업과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환영받았다. 이 정책 변경은 비트코인과 기타 암호화폐의 보다 광범위한 수용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이전에는 대부분의 주류 은행들이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은행 규제 당국이 자본 요구 사항을 자산의 일정 비율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대차대조표에 더 많은 자산이 포함될수록 은행은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해야 하므로, 암호화폐 보관 서비스는 대부분의 은행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암호화폐 보관 서비스 경쟁과 잔존하는 불확실성
SAB 121 철회는 은행과 브로커-딜러들이 암호화폐 보관 서비스에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지만, 이는 코인베이스에게 상업적으로 불리할 수도 있다. 이미 뉴욕 멜론 은행(Bank of New York Mellon)을 비롯한 일부 금융 기관들은 SAB 121에서 면제를 받아 암호화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잠재적 경쟁자들은 이 사업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도 있다. SEC의 회계 해석이 정권 교체로 인해 급격히 바뀔 수 있다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는 자산이 대차대조표에 다시 포함될 경우, 은행의 자본 요구 사항이 갑자기 증가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암호화폐 세계의 회계 규칙은 정치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어 왔다. 이는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인베이스의 대차대조표 처리 방식은 변경되었지만, 고객 자산의 소유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이는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과 규제 간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될 중요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