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는 30일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두고 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확고히 하려는 키이우의 의도를 반영한 조치다.
이번 협정은 미국에 알루미늄, 흑연, 석유, 천연가스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천연자원의 개발을 위한 신규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우선 접근권을 부여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3년 전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미국 행정부의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성명을 통해 “이번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롭고 주권적이며 번영하는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한 평화 프로세스에 장기적으로 전념하고 있음을 러시아에 분명히 알리는 신호”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경제장관 율리아 스비리덴코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미국과 함께 우리 국가로의 글로벌 투자를 유치할 기금을 창설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주간 협정 문구를 둘러싼 양국 관리들의 조율 끝에 이번 주 초 협정 타결의 기류가 형성되었고,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워싱턴을 방문해 최종 세부사항을 조율했다. 양측은 주요 내용에 합의했으나, 별도의 문서에 기술된 기술적 세부사항을 논의 중이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우선 협정을 체결하고 세부사항은 이후에 정리하길 원했으나, 미국 측은 모든 구성요소에 대한 동시 합의를 요구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요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우리의 자금이 안전하고, 우리가 필요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의 협정을 체결했다”며 “미국이 현장에 존재함으로써 많은 불순세력들이 그 지역이나 나라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100일을 기념하는 시점에 체결되었으며,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지지율 하락 압박을 받고 있는 그가 성과를 내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분쟁 해결에 대한 빠른 성과를 약속했으나, 이를 실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재건 기금
협정에 따라 미국은 워싱턴이 관리할 특별 재건 투자기금에 이익이 이전될 경우 이에 대해 우선 청구권을 갖게 된다. 이 협정은 향후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보상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미국이 기존 지원금 수십억 달러에 대한 상환 조항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미국 국민이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해 제공한 막대한 재정 및 물질적 지원을 고려할 때, 이번 경제 협력은 양국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협력해 우크라이나의 경제 회복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에 대해 점점 더 좌절감을 느끼고 있으며, 양측이 침공 종식을 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데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협상에서 손을 떼겠다”고 위협했으며, 이로 인해 키이우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우크라이나 동맹국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천연자원 협정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보다 관대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올해 초,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트럼프 대통령 및 부통령 JD 밴스와의 오벌오피스 회담에서 충돌하면서 협정 체결이 무산된 바 있다.
양국은 지난 4월 초 의향각서를 체결했으며, 이후 협정의 기술적 세부사항을 조율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앞서 미국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가졌다.
합의안 초안에 따르면 양국은 우크라이나 내 광업, 에너지, 관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증대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은 본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 계획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려는 키이우의 입장을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