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전략으로 떠오른 ‘크립토 트레저리’, 이더리움 중심 재편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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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스닥 상장사 비트 디지털(Bit Digital, BTBT)이 이더리움 중심의 기업 자산 운용 전략으로 전환을 선언하면서, ‘크립토 트레저리(Crypto Treasury)’ 전략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자산 투자에서 나아가, 암호화폐를 핵심 자산으로 편입하는 기업 재무 전략이 주류로 자리잡아가는 흐름을 반영한다.

비트 디지털은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종료하고 이더리움(ETH) 확보에 집중하기 위해, 최근 주식 공모를 통해 2,140만 달러를 추가로 조달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지난주 진행된 공개 매각에서 인수인들이 1,125만 주의 초과 배정(그린슈) 옵션을 행사하면서 이뤄졌으며, 전체 공모 주식 수는 총 8,625만 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비트 디지털의 총 순수익은 약 1억6,290만 달러에 달한다.

회사는 이 자금을 활용해 이더리움 매입 및 비트코인 채굴 사업 철수에 따른 전략적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로 비트 디지털은 2025년 6월, BTC 채굴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ETH 채굴과 스테이킹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비트 디지털은 현재 약 417.6 BTC(약 4,490만 달러 상당)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시간을 두고 ETH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22년부터 이미 이더리움을 축적하고 스테이킹을 시작했으며, 2025년 1분기 말 기준 총 24,434.2 ETH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현재 이더리움 가격(1ETH = 2,444달러 기준)으로 약 5,980만 달러에 해당한다.

또한 다른 BTC 채굴 업체인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역시 기업용 이더리움 자산 확보를 위해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밝히는 등, PoW 중심의 암호화폐에서 벗어나 ETH를 중심으로 한 재무 전략 전환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편, 초과 배정 발표 이후 비트 디지털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4% 상승했으며, 시가총액은 전주 4억8,800만 달러에서 5억9,4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크립토 트레저리’란 무엇인가?

‘크립토 트레저리’는 기업이 일정 비율의 자산을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리플(XRP) 등의 주요 암호화폐로 보유하는 전략이다. 이는 전통적인 현금 및 국채 중심 포트폴리오와 달리, 디지털 자산의 장기 성장성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흐름에 베팅하는 방식이다.

2020년대 초,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와 테슬라(Tesla) 등이 BTC를 대량 매입하며 이 전략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이더리움이나 스마트 계약 기반 자산으로 분산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ETH 중심 전환, 새로운 흐름의 시작인가

비트 디지털의 사례는 이 같은 흐름을 상징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탈비트코인화(de-Bitcoinization)’의 초기 단계로 해석한다.
비트코인이 여전히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 디파이(DeFi), NFT 등 실사용 영역이 확대되면서 기업 자산으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크립토 트레저리 확산 배경: 정책, 리스크 헤지, 시장 회복

이 같은 전략이 확산되고 있는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1. 정책적 환경: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암호화폐 기조는 규제 불확실성을 완화시키며, 기업들이 암호화폐에 보다 공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 인플레이션과 달러 가치 불안: 일부 기업들은 암호화폐를 법정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3. 시장 회복세: 2024~2025년 들어 암호화폐 시장의 뚜렷한 반등은 전략 재편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ESG 기준에서 주목받는 이더리움

전문가들은 향후 1~2년 내 상장사와 사모펀드 중심의 ‘하이브리드 크립토 트레저리 전략’이 본격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중시하는 유럽 기업들이 이더리움의 에너지 효율성에 주목하고 있다.

2022년 9월, 이더리움은 합의 알고리즘을 PoW에서 PoS(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99.95%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비트코인이 연간 약 78TWh의 전력을 소모하는 데 반해, PoS 기반의 이더리움은 현재 0.01~0.03TWh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DR), 탄소국경조정세(CBAM),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등을 통해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환경 영향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PoW 자산보다 ETH와 같은 친환경 디지털 자산을 선호하고 있다.

이미 스웨덴, 핀란드, 독일 등지의 금융기관들은 ETH를 ESG 포트폴리오에 편입했으며, VanEck 및 21Shares와 같은 유럽계 자산운용사들도 ETH 기반 ESG ETF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의 재편

이더리움은 이제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생태계의 기반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친환경성, 스마트 계약 기반 실용성, 제도 대응력 등은 기업의 ESG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향후 몇 년간 ETH는 기업 자산 운용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및 토큰화 증권이 본격화되면, 기업 재무에 디지털 자산을 편입하는 흐름은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립토 트레저리’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기업이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 본격 참여하고 선도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점이 되고 있다. 이더리움처럼 확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갖춘 자산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암호화폐 시장도 더욱 성숙하고 제도화된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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