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크립토는 드디어 주류 금융으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 상원을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법'(Genius Act)과 함께, 수십억 달러 가치의 기업들이 자체 크립토 토큰을 발행하며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크립토 시장, 대기업의 진입 러시
서클(Circle)은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로, 지난 6월 IPO(기업공개)에서 11억 달러를 조달한 뒤 주가가 한 달 만에 700%나 급등했다.
JP모건은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Onyx’를 통해 JPM 코인을 운용 중이다. 이는 기업 고객 간 달러 기반 결제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결제 토큰이다. 비자(Visa)는 자체 결제 인프라에 스테이블코인 기반 거래 시스템을 통합했다.
Fiserv는 연간 900억 건의 거래를 처리하며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실험하고 있으며, 아마존과 월마트도 수수료 절감을 위해 자체 토큰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 지금 스테이블코인인가?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과 달리 미국 달러와 1:1로 고정(Peg)되어 있어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24시간 결제 및 정산이 가능하며, 국제 송금·기업간 거래(B2B)·디지털 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수십억 명에 달하는 비은행 이용자(unbanked)들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미국 달러 기반 자산을 쉽게 송수신하고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비자 역시 블록체인 기반의 크립토 결제 시스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자는 USD 코인인 USDC와 연계된 결제 실험을 통해 스마트 계약 기반 자동 정산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2024년에는 솔라나(Solana) 블록체인과 협력하여 고속 결제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이 결과 기존 카드 결제보다 빠르고 투명한 결제 흐름을 입증했다.
기업들의 핵심 동기: ‘결제 수수료 절감’
2024년 한 해 동안 카드사들이 벌어들인 거래 수수료는 1,870억 달러.
기업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카드 결제 수수료 없이 직접 소비자와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기존 카드사 주가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오히려 이 흐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위험성은?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인해 USDC는 일시적으로 달러 페그가 무너졌으며, 2022년 테라(UST) 붕괴는 암호화폐 시장 전반을 패닉에 빠뜨렸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금리가 적용되지 않아, 보유자에게 이자 수익이 지급되지 않는다. 이는 기존 예금과의 큰 차이로 지적된다.
규제의 진전: ‘Genius Act’ 상원 통과
미국 상원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규제를 담은 법안 ‘Genius Act’를 통과시켰다. 고객 보호 조항, 준비금 요건 및 연간 감사, 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규제 권한 부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초당적 지지를 받았으며, 하원을 통과하면 대통령 서명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많다. 수익 배분, 이해 충돌, 외국 투자자 연계 이슈 등이 지적되고 있다.
재무부 “스테이블코인, 미국 재정에도 기회”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2조 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함으로써 재정 적자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24년에는 중국과 일본이 미국 국채를 순매도한 반면,
USDC, Tether 같은 발행사들은 미국 국채 상위 10대 매수자로 이름을 올렸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단순한 가상화폐가 아닌, 미래 디지털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JP모건, 비자, 월마트, 아마존 같은 대기업들이 직접 참여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 실험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을 재편하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자산 토큰화 시장, 차세대 금융의 핵심
금융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자산의 토큰화(Tokenization)가 미래 금융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채권, 외환 등 실물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면 소액 단위 거래가 가능해지고, 유동성이 낮은 자산도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JP모건은 금, 채권, 대출 등 전통 금융 자산을 토큰화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으며, 비자 역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인 CBDC와 연동할 수 있는 구조를 연구 중이다.
‘프로그래머블 머니’의 시대, 기업이 준비한다
크립토 토큰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프로그래머블 머니로 진화하고 있다.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거래가 실행되는 스마트 계약 기반 시스템은 B2B 결제, 임금 지급, 글로벌 공급망 등 다양한 영역에 응용 가능하다.
JP모건과 비자 같은 기업들이 토큰 개발에 나서는 것은, 이처럼 자동화와 효율성을 갖춘 미래 금융 생태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크립토 토큰은 더 이상 실험적인 기술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의 핵심 주체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융이 곧 주류가 될 것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다. 기업 간 결제에서부터 자산 거래, 글로벌 송금까지, 크립토 토큰은 기존 금융 시스템을 재정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