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14일 약 6개월 만에 처음으로 9만5천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시장 전반에 번지는 위험 회피 심리 때문에 비트코인 관련 펀드에서 약 9억 달러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초부터 쌓아온 상승분을 거의 모두 반납할 위기에 놓였다. 가격은 한때 4.6% 떨어진 94,156달러까지 내려갔다. 10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6,251달러와 비교하면 낙폭이 크다. 지난해 말 종가는 93,714달러였다.
옵션 시장에서는 최근 하루 동안 하락 위험을 대비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코인베이스 산하 암호화폐 거래소 데리빗의 데이터에 따르면 8만5천 달러, 9만 달러 행사가의 풋옵션 미결제 약정이 12만·14만 달러 콜옵션을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계약이 됐다. 올해 내내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10만 달러 이상 콜옵션이 시장을 주도했었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10월 10일 190억 달러 규모의 청산 사태 이후 계속 흔들리고 있다. 코인게코 자료에 따르면 이 여파로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1조 달러 이상이 사라졌다.
이번 주 들어 롱 포지션 청산도 꾸준히 증가했다. 코잉글래스 데이터에 따르면 10월 초 시장 붕괴 후 선물 시장 미결제 약정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코인마켓캡의 ‘공포·탐욕 지수’ 역시 ‘극단적 공포’에 다가서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비트코인 ETF에서는 목요일 하루 동안 약 8억7천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출시 이후 두 번째로 큰 하루 유출 규모다.
미국 증시는 이번 주 초 정부 셧다운 종료 소식에 잠시 반등했지만, 이내 상승세를 반납했다. 주요 경제 지표 발표가 늦어지면서 연준이 단기 금리 인하를 정당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고, 이는 위험 자산 전반에 새로운 부담을 주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솔루션의 맥스 곡만 부 CIO는 “이번 매도세는 다른 위험 자산과 움직임이 비슷하지만,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더 크기 때문에 낙폭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넘어 더 넓은 자산군으로 기관 참여가 확대되기 전까지는 암호화폐가 거시 변수에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봤다.
시장 유동성도 크게 줄었다. 암호화폐 시장조사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올해 고점 대비 시장 심도(대량 주문을 가격 변동 없이 소화할 수 있는 능력)가 약 30% 낮아졌다.
시그널플러스의 어거스틴 판 파트너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비트코인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전체 시장 시총도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온 상황”이라며 “기술적으로도 9만 달러 초반까지 뚜렷한 지지선이 없어서 시장 심리가 당분간 더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옵션 시장에서는 변동성에 대비한 전략 수요가 늘고 있으며, LVRG 리서치의 닉 럭에 따르면 스트랭글·스트래들 같은 중립 전략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불안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은 비트코인 대량 매입 기업 ‘스트래티지(Strategy Inc.)’ 주가의 급락이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보유 중인 약 60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가치 밑으로 내려갈 위험이 생긴 것이다. 금요일 주가는 약 4% 떨어졌고, 올해 들어 30% 넘게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회사의 부채·우선주를 포함한 기업가치는 목요일 기준 약 748억 달러였다.
금요일 아침 CNBC 인터뷰에서 마이클 세일러는 스트래티지가 “꽤 많은”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 중이며, 월요일에 최신 매입 내역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은 이제 반등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세일러는 같은 날 X(구 트위터)에 암호화폐 슬랭인 “hodl(홀딩·존버)”을 올리며 투자자들에게 흔들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