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일) 오전 한미화합축제가 열리는 몽고메리카운티 노스 웨일즈 웨인가트너공원은 90도가 오르내리는 화창한 날씨 속에 짙은 녹음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동쪽에 노스웨일즈 초등학교와 서밑스트리트를 사이에 두고 있는 웨인가트너공원은 주택가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한적한 소도시의 작은 공원으로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이 보는 눈을시원하게 해준다.
도그우드나무의 흰색 꽃잎은 한낮의 태양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인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한국전과 베트남전 기념비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성조기가 바람에 펄럭이며 곁을 지켜주고 있는 비문을 자세히 보면 참전용사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곳에 정든 가족들을 남겨두고 태평양을 건너 이억만리 떨어진 한국과 베트남의 전장으로 갔던 사람들이 이 고장에서 살았고 미국으로 이민을 온 한국인들 또한 이곳에서 살고 있다. 미국은 이런저런 인연으로 함께사는 이민자들이 일군 나라다. 노스웨일즈 지역에 사는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이렇게 이미 오래된 인연을 가진채 지금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념비들이 새삼스럽게 일께워준다.
이 행사는 보기 드물게 필라델피아한인회(회장 샤론황) 주관으로 그렉 디엔젤로(Greg D’Angelo) 노스웨일즈 보로 시장과 몽고메리카운티가 지역구인 마리아 콜렛(Senator Maria Collett) 펜실베니아 12지역구 주상원의원이 공동주최해 이루어지게 됐다. 샤론황 한인회장은 이 지역에서 이와 같은 형태의 축제는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콜렛 주상원의원은 인사말에서 “(양스태권도)양 관장님과 샤론씨가 저의 사무실로 공동행사 진행를 위해 찾아오셨을 때, 이 행사의 목적이 다문화 공동체간의 대화와 친목의 형성임을 알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스웨일즈보로가 속해 있는 몽고메리카운티는 생활환경이 좋고 학군도 좋아서 필라델피아지역에서 한인동포 거주자가 가장 많은 카운티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고 다민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202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몽고메리카운티 아시안 인구는 62,000명(7.6%)이 넘는다.
콜렛의원은 이렇게 공원을 거닐며 한국 무용수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다문화적 환경과 새로운 볼거리가 가득한 지역에서 사는 우리는 정말 행운이라고 말하면서 이런 다문화행사가 더 많이 개최되기를 희망한다며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 가운데 쌍동이가 아니고서 도데체 외형상으로라도 다르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또 축하할 일이라는 점에 공감을 표시하는 콜렛의원의 말은 지역구의 표심을 생각한 정치적 발언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양관장님이 말씀하시길, ‘우리의 다름은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고 또한 기념할일이다’라고 했습니다. 저도 이말에 동감합니다. 우리의 특별함이 우리를 하나로 통합할 것입니다. 우리의 다름을 통해 우리는 공통점과 더불어 지역 공동체의 활력을 동시에 찾을 것입니다. 비록 우리는 다를지라도 오늘 같은 날들이 우리가 다른 길을 만들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다르고 문화와 언어 등이 다르다는 바로 그 ‘다름’ 때문에 차별받는 한인 이민자들도 ‘다른 길을 만들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통찰이 놀랍다. 펜실베니아주 상원에서 몽고메리카운티 동부와 벅스카운티 남부지역을 대표하는 마리아 콜렛의원(74년생)은 그리스계 미국인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펜주 상원에 입성한 이민자 출신의 민주당 정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