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핵시설 공습, 호르무즈 해협 위기 고조

트럼프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이란 핵시설공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FOX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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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대통령은 21일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폭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군은 이란 정권의 핵심 핵시설인 포르도(Fordo), 나탄즈(Natanz), 이스파한(Isfahan)에 대해 대규모 정밀 타격을 감행했다 출처:FOXTV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할 것을 촉구했다고 이란 국영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앞으로 이 해협을 차단할 최종 결정은 이란의 최고 국가안보위원회에 맡겨졌다.

이에 대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그러한 행동은 이란에게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며 “이란 경제는 전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슬람 공화국 이란은 전 세계 석유 및 가스의 약 20%가 수송되는 이 좁은 수로를 차단하는 초유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적으로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전선 중 하나가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한 공습을 지시하고 미국이 전쟁에 본격 개입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전문가들 중 일부는 이란이 실제로 해협을 폐쇄할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위협은 했지만, 역사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덜 파괴적인 방식들을 선택해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토요일 밤 발언에서 이번 공습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즉시 추가적인 폭력과 보복 우려를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 핵시설 공습 직후 대국민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부통령 JD 밴스,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와 함께 백악관에서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해 미국 국민들에게 설명했다. 백악관에서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군은 이란 정권의 핵심 핵시설인 포르도(Fordo), 나탄즈(Natanz), 이스파한(Isfahan)에 대해 대규모 정밀 타격을 감행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이란의 핵농축 능력을 파괴하고, 세계 최대의 테러 지원국이 제기하는 핵 위협을 중단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란은 대화 중단 선언, 대응 방식은 아직 불투명

이란 지도부는 현재로서는 어떠한 대화도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란 국영 메흐르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은 외교를 이해하지 못하며 오직 힘과 위협의 언어만 이해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락치는 해협 폐쇄 여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이란은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고만 말했다.

한편,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위원이자 이란 장성인 모센 레자이 장군은 공격 몇 시간 전 국영방송에서 “트럼프가 전쟁에 개입하면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전 세계 석유 및 가스의 약 20%가 수송되는 길목인 호르무즈해협. 출처:구글지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주시하는 세계 경제

경제학자들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어떤 교란이라도 전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분석가들은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를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부르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르고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5%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에너지 칼럼니스트 하비에르 블라스는 “이란이 저위급 인사들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언급하게 하는 것은 불안정성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라며, 실제로 폐쇄하면 오히려 이란 자신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란도 해협을 통해 하루 13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폐쇄는 자국 석유 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에너지 및 해양 리스크 전문가 노암 레이단은 공습 전 인터뷰에서 “이란의 원유 생산 및 수출 터미널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면, 그때는 해협 폐쇄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이스라엘이 테헤란 남부의 정유소 한 곳을 공격했을 뿐, 이란의 주요 석유 인프라는 대체로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석유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다른 산유국들의 석유 및 가스 수출도 위태로워집니다.

트럼프 행정부, 해협 폐쇄 가능성 낮게 전망

이런 전체적인 정세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22일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폐쇄될 가능성은 낮다”고 조심스러운 낙관을 표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이날 NBC 방송에서 “그건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며, “그들이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자기 경제를 파괴하고 싶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해협을 폐쇄하는 건 또 다른 심각한 실수이며, 미국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요일 밤 유가 선물 급등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BZ=F)는 한때 5.7%까지 상승한 뒤 상승폭을 줄이며 배럴당 약 79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CL=F) 선물도 2%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75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됐다.

유가는 이미 지난주 금요일,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시작된 이후 일주일 넘게 이어지며 주간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월가가 한때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던 사태가 이제는 실질적으로 위험성이 크게 증가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출이 차질을 빚게 된다면, 유가는 쉽게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습니다,”라고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Lipow Oil Associates) 대표 앤디 리포(Andy Lipow)는 말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이후,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심각한 시나리오”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유 가격이 이 범위로 상승할 경우, 애널리스트들은 휘발유 및 디젤 가격이 갤런당 최대 1.2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소비자들은 미국 전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약 4.50달러,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거의 6.00달러에 이를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라고 리포는 전했다.

이란이 취할 수 있는 다른 보복 조치로는 예멘 후티 반군(Houthi rebels)을 지원하여 민간 상선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갈등이 격화되고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수출 인프라를 직접 타격하게 되면, 이란은 주변 국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경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석유를 수출할 수 없다면, 너희도 석유를 가질 수 없다’는 메시지입니다,”라고 리포는 덧붙였다.

핵심 문제는 단순한 공급 차질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그 차질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에 있다고 CIBC 프라이빗 웰스(CIBC Private Wealth)의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 레베카 바빈(Rebecca Babin)은 일요일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시설이 공격받더라도 빠르게 복구될 수 있다면, 유가는 상승폭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란의 대응이 장기적인 피해를 남기거나 공급 불안정을 초래한다면, 유가는 더 강하고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입니다.”

지난주 JP모건은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이 관련된 11개의 주요 군사 충돌 가운데,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을 제외하면 유가에 장기적인 영향을 준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지역 내 주요 산유국이 직접 관련된 사건들의 경우에는 모두 유가에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예를 들어 1990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 전쟁, 2018년 이란에 대한 제재 부과때도 그랬다.

“이러한 사례들에서는 유가가 공정 가치보다 배럴당 7~14달러 높은 프리미엄으로 장기간 거래됐습니다,”라고 JP모건의 나타샤 카네바(Natasha Kaneva)와 그녀의 팀은 분석했다.

그들은 또한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가격 충격은 산유국 내 정권 교체, 쿠데타, 혁명, 주요 정치적 전환 ‘체제 변화(regime changes)’ 등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수요 여건과 OPEC의 잉여 생산능력은 시장의 전반적 대응을 결정짓지만, 이러한 사건들은 평균적으로 발발 시점부터 정점까지 약 76%의 유가 상승을 이끌어왔습니다,”라고 카네바는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 동맹국들(OPEC+)은 이달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전까지 이미 몇 달 동안 원유 생산량을 늘려온 상태였다.

금값, 다시 사상 최고치향해 상승

미국이 주말 동안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동참하면서 세계가 불확실성에 빠진 가운데, 금값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아직 공식적인 대응을 내놓지 않았으며, 더 광범위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현물 금 가격은 온스당 3,375.04달러로 0.2% 상승, 4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불과 125달러 낮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는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충돌의 격화는 올해 들어 금 가격이 약 30% 상승하는 랠리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분쟁 확대 가능성이 안전 자산을 지지하는 한편,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금리에 대한 인하 기대를 낮추게 되고, 이는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까지 이란은 본격적인 보복 공격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은 수사적적이고 외교적인 소극적 지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수년간 무장 지원한 민병대들 또한 전면전에 나서지 않거나 참여할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이란은 중국을 자극해 유가 급등을 유발할 행동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요인들과 함께, 금값이 이미 사상 최고치에서 약 125달러밖에 차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이 현재 시장에서 금값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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